19세 부산 여대생
"스튜어디스 면접 볼 때 사투리보단 표준어 쓰려고…"
19.8㎡(약 6평) 남짓한 강의실에서 5명의 수강생이 상체를 앞쪽으로 축 늘어뜨린 채 입을 모아 '압' 하는 기합 소리를 냈다. 이들은 양손으로 뺨을 문지르기도 하고, 체조하듯 한쪽 다리를 든 채 교재를 읽기도 했다. 한쪽 벽에 붙은 거울이 이들의 동작을 비췄고, 한쪽에는 수업 과정을 녹화하기 위한 캠코더가 세워져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스피치 학원. 이 학원 강사는 "입에 밴 억양(사투리)을 고치려면 막힘 없는 발성이 중요한데, 이렇게 배에 힘이 들어가는 자세를 취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내는 멋찐 목쏘리를 갖고 싶다….” 같은 시각 옆 강의실 모니터에는 8주 전에 촬영한 이지은(19·부산외대 중국어학부) 양의 '스피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수업을 듣기 전 지은 양은 높낮이 변화가 심한 경상도 억양으로 '나는'을 '내는'으로, '목소리'를 '목쏘리'로 발음했다.
지난 두 달간 훈련을 받은 지은 양은 “스튜어디스 면접을 볼 때 표준어를 쓰는 게 더 전문적으로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스피치 학원 관계자는 "우리 학원 수강생 250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경상도·전라도 출신 수강생이 가장 많고, 충청권이나 조선족 출신도 강좌를 찾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작년 초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모(27·여) 씨는 그해 4월 유통기업체에 응시했다가 면접관에게 "영업직 일을 하려면 사투리부터 고치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 씨는 “내게는 상당한 충격이라, 당장 40만 원을 들여 강남권 학원에서 '사투리 강좌'를 수강했다“고 말했다.
표준어 억양으로 '밥 먹었어?'를 발음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는 김씨는 “두 달간의 사투 끝에 사투리를 고쳐
작년 하반기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 입사에 성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