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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스피치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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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요즘 MZ는 회사에서 할 말이 없다?  학원에서 대화법 배우는 신입사원들 

▲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W스피치학원에서 공감대화법 수업이 한창이다. 소규모 그룹 형식의 수업에서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들어 유튜브에는 직장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회사에서 말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올해 모은행에 입사한 지모(29)씨도 출퇴근 길에 <직장 상사와의 대화 스킬 3가지>
<공감의 대화 기술>과 같은 유튜브 콘텐츠를 즐겨 본다. 
직장 선배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껴 이런 콘텐츠를 시청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씨는 대학교 학생회 활동을 했을 만큼 사교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하지만 출근만 하면 다른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화를 주도하기는 부담스럽고, 가만히 듣고 반응만 하자니 호응이 적어 보일까 고민이다 라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지씨의 고민은 직장인 10명 중 9명이 느끼고 있을 만큼 보편적이다. 
구인 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41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말하기(회사어) 구사 능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화 기술은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응답이 95.6%였다. 
그런데 해당 질문 응답자 중 절반에 달하는 47.4%가 회사에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회사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 느낀다


▲ W스피치 공감대화 수업 현장 

특히 이들은 업무 내용이 아닌 사적인 대화에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부터 홈페이지 사업을 시작한 개인사업가 한모(33)씨는 사람과 어울리고 대화하는 게 가장 어렵다 며 
공적인 대화는 주제가 정해져 있어 할 말이 자연스럽게 생기지만 사적인 대화는 그렇지 않다 고 말한다. .
소통에 어려움을 느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고 한다. 
한씨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고객들과 통화하거나 소통하는 일이 더 많아졌지만, 오히려 대화 부담은 전보다 덜하다 고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소통법 자체가 다르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저자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체가 발달하며 소통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며 
세대별로 말하는 방식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텍스트 소통에 길들여진 젊은이들이 전통 대화방식을 어려워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모 증권사에 다니는 2년 차 정모(27) 사원은 선배와의 대화에서 내용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표정이나 말투 라며 
예의 없어 보이거나 말실수 할까 봐 불안하다 고 말했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전화 대화도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정씨는 전화나 대면 소통보다 메신저나 카톡 소통이 더 편하고 익숙한 게 사실 이라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장 동료는 얼마 전 전화 공포증이 오기도 했다 고 고백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직장인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1%가 전화 공포증(콜포비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연령대가 낮은 20대 초반의 응답률이 57.7%로 가장 높았다.

반면 기성세대 직장인들은 메신저 소통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정년퇴직을 앞둔 국내 모 석유화학 기업 팀장 A씨는 신입사원들이 개인 카톡을 이용해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서의 소통과 융화를 위해 매주 두 번씩 진행하던 대면 회의도 신입사원들의 눈치를 보며 한 번으로 줄였다고 한다.

소통의 부재를 아쉬워하면서도 A씨는 선호하는 소통방식에 세대 차이가 있다며 
전화와 대면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문자와 비대면 중심으로 생활해 온 젊은 세대는 익숙한 소통방식이 다르다고 인정했다. 

이런 경향은 설문조사로도 나타났다.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서 취업준비생 1379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사내 소통법>을 조사한 결과, 메신저를 선호하는 비율이 7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대화’(8%)와 ‘전화’(6.2%)가 이었다. 사회 초년생들이 메신저 소통 방식을 더 선호하는 이유로는 
△‘메신저 소통이 가장 익숙해서’(58%) △‘충분히 생각한 후 답변할 수 있어서’(23%) △‘메신저를 통해 내용을 기록해 둘 수 있어서’(11%)가 뽑혔다. 

끊어지지 않는 대화법 배우고 싶다


▲ W스피치 공감대화 과정 실전 대화 훈련 현장

지난해 생애 첫 사업을 시작한 앞서의 한모씨는 올해부터 학원에서 <공감대화법>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고객을 상대할 때 분위기를 이끌고 푸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전 직장에서 사람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고 느꼈던 한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점차 내가 말하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장점과 단점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며 대화의 압박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주말마다 사업가 모임에도 나간다고 바뀐 모습을 소개했다. 

강남역 에는 한씨 외에도 공감 대화를 배우기 위해 퇴근 후 수업을 듣는 직장인들이 많다. 
1월부터 수강 중인 김모(33)씨는 직장 내에서 대화로 인해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었다. 
출장 가는 길에 상사와 할 이야기가 없어 정적이 흐르고, 술자리에서 웃는 반응만 하던 게 고민이라고 수업을 듣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수업을 통해 배우고 싶은 점으로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꼬리를 무는 대화법을 꼽았다. 

<공감대화법> 수업에서는 이런 직장인들의 다양한 실전 대화 상황을 가정한 연습이 이뤄진다. 
지난 2월 19일 수업에서는 <행복을 부르는 긍정 대화법>을 다뤘다. 
수업은 수강생들과 강사 사이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이뤄졌다. 수강생들은 설날에 각자 세뱃돈을 얼마를 받았는지 공유하기도 했다. 

강사는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말을 건네고 질문을 던지며 대화가 막힘없이 이어지도록 도왔다. 
부족하고 불편한 대화 상황을 가정해 짧은 역할극을 해보는 시간은 때론 긴 침묵이 이어지고, 
예상치 못한 대처나 반응이 나오는 등 실제 대화 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주어진 상황은 직장에서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아 걱정하는 동기와 대화하는 나였다. 
위로하는 역할을 맡은 수강생 조모(22)씨는 절제된 감정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해 극찬받기도 했다.

수업을 진행한 강사 B씨는 수강생은 인간관계가 어려운 분, 마음이 힘든 분, 이성 문제로 고민인 분 등 다양하면서도 
직장 내 대화가 어려운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B씨는 특히 수강생들의 나이가 어린 이유에 대해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를 꼽으며 
자기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타인과 관계 맺는 걸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관계는 대화로 출발하는데, 
경험 자체가 적다 보니 이를 낯설고 두려워하더라고 했다. 
아울러 몇몇 수강생이 수업을 거듭할수록 대화의 부담을 덜고 더욱 편안하게 임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화를 어려워하는 젊은 세대에게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공감하기 등 대화가 시작되는 사실에는 세대 차이가 없다며 
서로 통하는 게 소통이므로 불편하거나 낯설다고 피하지 말고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